

대한민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 달한다.
대주주 할증까지 더해지면 실질 가계의 부는 세대를 거치며 반 토막이 나는 구조다.
이 견고한 과세 체계 앞에서 자산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가.
필자는 향후 40회에 걸쳐 동양 전략 모음인 ‘병법 36계’를
상속·증여세 실무에 투영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전략은 승전계(勝戰計)의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다.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의 만천과해는
'36계' 중 제1계이자 승전계(勝戰計)의 시작이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행동 속에 진짜 의도를 숨겨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목적을 달성하는 기만전술을 의미한다.
현대의 상속·증여세 환경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과세당국의 감시망이 갈수록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절세의 성패는 일시적인 편법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얼마나 '일상적이고 장기적인 준비'를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속세 절세 전략에 대입하면
‘10년 주기 사전증여를 통한 과세가액의 분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에 보유한 자산만을 기준으로 산정되지 않는다.
우리 상증세법은 상속 개시일 전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을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한다.
만천과해의 병법이 '평소의 움직임 속에 의도를 녹여내는 것'을 강조하듯,
진정한 절세 전략은 상속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시점부터 철저히 실행되어야 한다.
즉, 10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 녹여낸 증여는 세무당국이 인정하는 합법적이고 당연한
경제 행위가 되어, 결국 상속세라는 거대한 바다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는 유일한 사다리가 된다.
만천과해 전략의 성패는 두 가지 핵심 요소에 달려 있다.
첫째는 ‘시간의 선점’이다.
증여재산공제 한도(성인 자녀 10년간 5천만 원, 미성년 자녀 2천만 원)를 활용한 증여는 빠를수록 유리하다.
자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10년 주기로 실행되는 증여는 그 자체로 완벽한 절세 로드맵이 된다.
자녀가 성년이 되는 시점부터 10년 단위로 공제 한도 내 증여를 실행할 경우,
50세가 되었을 때 자녀는 원금만 1억 5천만 원,
운용 수익률을 고려하면 수억 원의 자산 형성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상속 시점에 급히 자산을 이전하려다 겪게 되는 고율의 과세 구간을 회피하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다.
둘째는 ‘자산의 선별’이다.
단순 현금 증여보다 향후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저평가 우량 자산을 먼저 증여해야 한다.
증여 시점의 가액으로 세금을 확정 짓고, 이후 발생하는 가치 상승분은 과세망 밖에서
자녀의 부를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 이 전략의 진면목이다.
만천과해의 병법적 해석 중 하나는 '드러난 곳에 실체를 숨기는 것'이다.
향후 가치 상승이 확실시되는 토지나 비상장주식,
재개발 예정 부동산을 현재의 낮은 시가로 증여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의 증여세 부담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미래의 자산 가치 상승분은 고스란히 수증자의 몫이 되어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세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이전 당시의 가액'이지 '미래의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는 ‘자산 성격의 전환’이다.
단순히 현금을 건네는 수준을 넘어,
임대 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이나 배당주를 증여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는 자산 그 자체를 넘기는 동시에, 해당 자산에서 파생되는 '소득 흐름'까지 이전하는 효과를 낳는다.
수증자인 자녀는 이렇게 형성된 소득으로 추후 발생할 상속세 납부 재원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에서 자녀의 자금 동원 능력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하고 합법적인 방어 기제가 된다.
평상심이 곧 전략이다.
상속세 절세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만천과해의 병법이 시사하듯, 가장 훌륭한 전략은 특별한 비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공제 제도와 평가 원칙을 일상적으로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속은 자산의 급격한 수축을 불러오지만,
10년과 20년을 내다본 치밀한 증여 계획은 가문의 부를 온전히 보전하는 유일한 길이다.
자산가들은 기억해야 한다.
과세당국을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는 '어제 내린 임기응변식 결정'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일관된 기록'이다.
| 본 칼럼은 세무 분야 관련 지식 전달을 위하여 유동길 세무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세법 개정 및 개인의 상황에 따라 관련한 내용들은 각기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니, 진행 전 세무 전문가와의 상담 이후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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